2016.10.31 위클리공감 기사 - ‘토비 골프’ 신기술… 미국 시장 도전
22년 차 개발자의 이력에는 사연이 많다. 1년 6개월 직장생활을 한 후 7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10년 동안 개인사업을 하다가 현재 5년째 법인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강성모(48) 프롬널소프트 대표가 지나온 궤적이다. "집과 학교,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어디서든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런데 이제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와 자리가 마련됐어요. 그동안 사업 실패로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비로소 인생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강 대표가 시대의 흐름을 포착한 건 1996년,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였다. 당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수기로 복권을 기록하던 일을 전산화했다. 그는 앞으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2년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정보기술(IT) 회사인 KMS소프트(프롬널소프트 전신)를 설립했다. 첫 아이템은 사이버 캐릭터인 아바타 개발이었다. 그는 당시 4대 PC통신망 중 하나였던 천리안에 아바타를 선보였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학생들이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를 꾸미고자 옷과 신발, 모자, 자동차 등 아이템을 잔뜩 구매한 것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그는 자체 서비스를 개발했다. 자신의 취미인 골프를 아이템으로 삼았다. 당시 골프존이 유행한 터라 골프 자세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하려 했다. 2005년 골프 자세를 분석하는 자동화 시스템인 ‘골프 MRI’를 개발했다. 건강검진 받듯 골프 자세를 진단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강 대표는 골프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빗나갔다. 서비스 론칭 3개월 후, 서비스에 흥미를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서비스 재사용률이 크게 감소했다. 골프 자세 정밀 진단하는 ‘골프 MRI’ 부진 사업자금 회수하지 못하면서 개인사업 정리 원인을 분석했다. 일반인은 프로 골퍼처럼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러니 필드에 나갈 일이 많지 않다. 사람들은 골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싶었지만 골프 실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재미를 느끼고자 온 사람들은 "내 퍼팅 실력이 이렇게 형편없는 줄 몰랐다"며 실망을 토로하고 돌아갔다. "사람들이 시스템에 관심을 보인 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일반인도 프로 골퍼처럼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 한다고 해석한 겁니다. 사람들에게 골프의 재미를 선사해야 했는데 퍼팅을 할수록 실망을 갖게 한 거죠. 공급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생각한 탓이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얻은 메시지는 값지다. 강 대표는 사용자가 흥미를 느낄 때 서비스에 만족하고 다시 이용할 의향을 갖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럼에도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성모 ▶강성모 프롬널소프트 대표는 “토종 골프 자세 분석 기술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국위를 선양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강 대표는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무선 단말기를 이용해 자동차 운행 중 운전자에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용 텔레매틱스(Telematics)를 개발하고 영어 학습 콘텐츠 제작 툴을 만들었다. 6년간 끊임없이 일을 했지만 자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1년 개인사업을 정리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법인회사를 세운 지인들이 강 대표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사업을 수주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더 이상 비전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하청의 재하청이 이어지는 열악한 IT업계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결국 창업에 재도전하자고 결론을 내렸죠." 골프 기술 경쟁력 확신한 지인과 법인회사 설립 K-ICT 재도전 창업 분야 대상 받아… "국위 선양하고파" 골프를 다시 아이템으로 택했다. 이번에는 실내용(보급형)과 실외용(고급형)으로 나눠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선 실내용은 방과 후 학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형으로 기획했다. 원리는 단순하다. 적외선 송수신 센서가 부착된 매트를 바닥에 깔고 골프채로 공을 퍼팅하는 것이다. 매트는 총 4단계로 나뉘는데, 퍼팅할 때마다 단계별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압력센서가 탑재된 홀컵에 공이 들어가기까지 시간과 자세 등을 데이터로 구축한다. 2015년 이 기술은 ‘토비(TOVI) 골프’라는 이름으로 개발됐다. 실외용은 프로 골퍼를 대상으로 한 고급형으로 설계했다. 실외 골프장에서 사용하는데, 골프채를 통해 타구 결과를 얻고, 이를 데이터로 분석한 후 골프 실력이 향상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현재 이 기술은 연구 중이다. 실패는 사람을 위축시킨다. 강 대표는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그때 지인이 과거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도 재도전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인 미래창조과학부의 ‘K-글로벌 리스타트업 컴백캠프 우수 아이템 경진대회(이하 리스타트업 대회)’에 참여해보라고 권했다. 지난해 7월 그는 젊은 창업가 틈바구니에서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션은 5분 안에 야외용 토비 골프 기술을 설명해야 했다. 그의 손에는 골프채가 들려 있었다. 대형 스크린에 뜬 위성 골프장 지도를 보며 허리를 세운 후 자연스럽게 퍼팅을 시도했다. 골프채가 잠시 바람을 갈랐다. 실제로 공을 친 게 아니었지만 대형 스크린에는 공이 멀리 날아가 홀컵이 있는 곳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인(In)’. 공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그때 모니터에 강 대표가 퍼팅할 때 골프채의 방향과 높이, 속도 등을 분석한 수치가 나타났다. 이런 골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이유는 골프 연습 과정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아웃도어 스마트 골프존 시스템 및 IoT 서비스’. 야외 골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이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리스타트업 대회에서 K-ICT(정보통신기술) 재도전 창업 경연대회 분야 대상을 받았다. 500만 원의 상금을 수상한 그는 재도전 단계별 창업·사업화 지원사업 1단계 대상자로도 선정돼 창업 아이템 구현을 위한 컨설팅 및 시제품 제작비 등도 지원받게 된다. 그는 ‘토비 골프’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골프 티칭 아카데미 교사들에게 ‘토비 골프’ 50세트를 납품했고, 그해 7월 미국 교육기관 YFT에서 여름 캠프 동안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내년에는 정규 커리큘럼에 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도입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기관 측과 협의 중이다. "리스타트업 대회에 참가해 제가 얻은 건 자신감이에요. 격려와 에너지도 얻었습니다. 창업을 포기하지 말라는 세상의 메시지인 셈이죠. 한국인이 개발한 골프 자세 분석 기술을 미국 시장에 선보여 국위 선양을 하고 싶습니다." K-글로벌 재도전(Re-Startup) 컴백캠프란 ‘K-글로벌 재도전(Re-Startup) 컴백캠프’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재도전 기업인이 다시 업계로 복귀할 수 있도록 청년 인재, ICT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우수 사업 아이템을 선발한다. 상·하반기에 각각 ‘만남’, ‘소통’, ‘협력’, ‘재도전’ 등을 테마로 4차에 걸쳐 총 8회 개최된다. K-글로벌 재도전 경진대회 지원 자격 요건은 모의창업팀의 팀원이 2명 이상, 그중 재도전 기업인(최소 1명, 폐업사실 증명서 제출)이 포함돼야 한다. 글· 김건희 (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31 >> 기사 원문 보기(한글)